2. 대인사고
이 세상에서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서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없습니다. Adler가 말한 것처럼, 의미란 현상과 사건 혹은 장면 그 자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장면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결정됩니다. 스토아 철학자인 에픽테토스는 "인간의 정서적 혼란은 그가 경험하고 있는 어떤 사실에 의해서가 아니고, 그 사실에 대해 가지는 관점 때문에 생긴다." 라고 하였습니다. 셰익스피어도 [햄릿]에서 "이 세상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 다만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다." 라고 표현했습니다. 특히 대인관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서 인간의 의미부여 기능은 더욱 활발해집니다. 대인관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의미를 추론하는 과정을 대인사고라 합니다. 대인사고는 대인지각에 비해 보다 복잡하고 상위수준의 인지기능이 관여하는 심리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인사고 과정은 의미추론 과정, 의미평가 과정 그리고 대처결정 과정의 3단계로 나누어서 살펴 볼 수 있습니다.
1) 의미추론 과정
우리는 의미를 부여하고 창조하는 존재입니다. 대인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다른 사람이 한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 그 의미를 추론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인상을 찌푸린 것에 대해서 우리는 그 행동 자체보다는 그러한 행동을 한 친구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오랫동안 사귀어 온 여자친구가 "나 어제 소개팅 나갔었어." 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렇게 말한 속뜻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이렇게 대인 관계에서 타인이 보인 행동이나 상황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하는 과정이 의미추론 과정입니다. 의미추론 과정에서 도출된 내용은 사실일 수도 있고 왜곡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대인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그 사실적인 의미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적습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에게 그 진심을 직접 물어본다 하여도 자신의 진심을 솔직히 말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지치료자인 Beck에 따르면, 사람은 사건의 의미를 부정적으로 왜곡하는 경향, 즉 의미추론 과정에서 인지적 오류를 범합니다.
2) 의미평가 과정
의미 추론 과정이 사실 판단에 관여하는 과정이라면 의미평가 과정은 대인관계에서 경험하는 사건에 대해 가치 판단 또는 선악 판단의 과정입니다. 이러한 의미평가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대인감정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의미평가 과정은 실제 일어난 사건의 의미와 자신이 지니고 있는 신념을 비교하여 사건에 대한 감정을 결정하게 됩니다. 가령, '친구 사이에는 어떤 경우라도 서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에게 어떤 친구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비난을 한 경우, 친구의 비난은 이 사람의 신념에 위배됩니다. 따라서 이 사람은 친구의 비난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이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 로 평가하게 되어 그 친구에 대해 강렬한 분노감정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3)대처결정 과정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일어난 사건의 의미를 평가하고 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도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물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과정이 대처결정 과정입니다. 이러한 대처결정 과정에 따라 우리의 대인행동이 결정됩니다.
*대처자원 평가과정 : 대처자원은 자신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신체적, 물질적, 심리적, 인적 자원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의 비난에 대해 분노를 느낀 사람은 친구에게 그 분노르르 표현하고자 할 것입니다. 이 때 어떻게 분노를 표현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자원들(신체적인 기운, 경제력, 감정표현능력, 언어구사능력, 도움을 줄 수 있는 주변의 인적 자원 등)을 평가하게 됩니다. 대처자원이 많을 수록 선택 가능한 대처방법이 다양해지게 됩니다.
* 대처방식 선택과정 : 대처자원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면, 활용 가능한 대처자원을 사용하여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하는 대처방식의 선택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대인관계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방식, 문제 중심적 대처와 정서 중심적 대처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문제 중심적 대처는 갈등이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고 그 원인을 변화시켜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현실적인 대처방식입니다. 만약 학생회 활동에서 역할분담을 놓고 친구와 언쟁을 하여 기분이 몹시 상한 경우에, 언쟁의 원인을 생각해보고 친구를 다시 만나 서로 한발씩 양보를 해소하는 것이 문제 중심적 대처의 한 가지 예입니다. 둘째, 정서 중심적 대처는 갈등으로 유발된 정서적 불쾌감을 해소하기 위한 대처방식을 말합니다. 이러한 정서 중심적 대처에는 불쾌감정을 적극적으로 표출하여 감소시키는 방식인 정서적 정화, 다른 일에 주의를 돌림으로써 불쾌한 감정을 잊으려고 노력하는 주의전환, 갈등상황 속에 내포되어 있는 긍정적 의미를 찾아내어 갈등상황을 오히려 성장과 발전의 기회로 재해석하는 인지적 재구성, 당시 상황을 반복해서 생각하여 감정을 지속하거나 악회시키는 반추, 갈등이 잘 해결된 상황을 상상하면서 대리적 만족을 느끼는 대처방식인 환상추구, 그리고 기도나 기원을 통해 갈등이 해결되기를 바라고 희망하는 대처방식인 소망적 하고가 있습니다.
다음 챕터에서는 인간관계의 상호작용적 요인 중 대인감정과 대인행동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챕터도 기대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