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둘러보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등과 같은 사랑을 주제로 한 책들이 수없이 나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운전을 하다 라디오를 듣다보면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 7년간의 사랑]
[미안해 사랑해서] [사랑빛] 등등 사랑을 노래하는 수없이 많은 유행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인간관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하고 오묘한 감정입니다. 사랑은 가장 황홀하면서도 때로는 가장
고통스러운 체험이기도 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러브스토리는 가장 인기 있는 주제입니다. 신화 속에도, 전설 속에도,
그리고 시와 소설 속에서도 사랑 이야기가 빠지는 곳은 없습니다. 사랑과 감기는 감출 수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감기에 걸리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사랑에 빠진 사람은 어떻게든 표시가 난다는 뜻입니다.
과연 우리 삶에서 그토록 중요한 사랑은 무엇일지 이번 주제에서는 사랑의 의미, 우리가 사랑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화,
사랑의 유형, 사랑의 발전과 종결 과정을 알아봅시다.
1. 사랑의 의미와 신화
-사랑의 의미
국민가수 나훈아의 노래 중에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또한 이용과 허윤정이 함께 부른 [사랑과 행복 그리고 이별]이라는 노래에서는 "사랑이란 왠지 모른 척해도 관심이 있는게 사랑이야, 그대 믿을 수 없어 애타는 마음 사랑이야, 그대 소중한 것을 모두 다 주는게 사랑이야, 사랑이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랑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여러분은 무엇이라고 말하시겠습니까? 사랑의 의미를 한마디로 규정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최원석은 '영화로 즐기는 화학이야기'라는 글에서 사랑은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페닐에틸아민 등의
화학물질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눈에 반했다.' 또는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현상이 바로 첫눈에 빠지는 마법과도 같은 사랑입니다. 사랑의 시작은 바로 빛에서 시작됩니다.
아름다운 여인에게서 반사된 빛은 망막에서 전기화학적 신호로 바뀝니다. 이 전기화학적 신호는 신경을 따라 뇌로
전달됩니다. 이 신호를 해석한 뇌는 도파민을 폭발적으로 분비하게 하며, 노르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으로 심장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첫눈에 반한 사랑은 90초에서 4분 사이에 일어나며, 실험에 따르면 이러한 사랑은 30초 정도 지속이
됩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랑의 전령사 또는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행복감에 빠져들게
됩니다. 도파민은 뇌에 이와 같이 좋은 느낌을 줘서 사랑이 시작될 수 있게 시동을 걸어 준다는 것입니다. 알코올이나
코카인 중독도 이들 약물이 도파민을 분비하게 하는 세포를 자극해서 몸에 쾌감, 즉 행복감을 주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사랑은 바로 이러한 중독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사랑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분비되는 화학물질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어렵게 만들 정도로 쾌감을 주고 사람을 흔들어 놓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연인들은 자신의 업무를 뒤로 하거나 위험을 감수하는 등 어느 정도 용기가 필요한 행동을
서슴없이 하게 됩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이러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용기를 주는
노르에피네프린 덕분입니다. 사랑은 평소와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평형에서 이탈한 몸은 이를 스트레스로 간주하고
노르에피네프린을 분비하는 것입니다. 세로토닌은 정신적인 안정감을 주기 위해 체내에 약 10mg 정도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지만 수면장애나 불안과 같은 증세가 유발됩니다. 세로토닌 부족이 장기화되면 스토커처럼
편집증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사랑에 빠니 사람과 강박증 환자의 혈액은 평균보다 40%나 낮은 세로토닌
농도를 보인다고 합니다. 사랑은 평소와 같은 느낌이 아니라 안정감에서 벗어난 상태인 것입니다.
사랑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게 하는 데 작용하는 화학물질은 앞서 말한 도파민이나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외에 또
하나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뇌에는 도파민과 함께 페닐에틸아민이 변연계를 가득 채우게 됩니다. 페닐에틸아민은
노르에피네프린과 마찬가지로 심장박동을 증가시키며, 마치 마약과도 같이 행복감을 줍니다.
페닐에틸아민은 천연 암페타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알려진 대로 암페타민은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각성제입니다. 연인이
밤새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원래 잠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페닐에틸아민이 지치지 않게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페닐에틸아민에 의한 효과가 길어야 30개월이라는 것입니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아무리 첫눈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던 커플도 1년이 지나면 처음의 흥분이 조금씩 가라앉는다고 합니다.
이 단계가 되면 페닐에틸아민과 같이 증가한 화학물질의 분비량이 줄어들게 되고, 뇌의 활성 부위도 달라집니다. 즉, 활성 부위가 욕구와 감정의 뇌인 변연계에서 이성과 합리적 판단인 뇌의 신피질로 옮겨 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로맨틱한
사랑에서 좀 더 고차원적인 사랑의 단계로 사랑도 변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